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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레푸기움

무지개숲 돌고래^^ 2021. 4. 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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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돌집>

칼 융은 47세에 스위스 취리히 호수 부근의 볼링겐 마을에 수도원 소속의 작은 땅을 사서 둥근 탑 형태의 돌집을 지었다.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한 프로이트와 결별하고(프로이트는 융에게 '우리의 사적인 관계를 모두 중단하자'라는 편지를 보냈고, 융도 '더 이상 당신과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방향 상실 상태'인 동시에 '완전히 허공에 떠 있던' 무렵이었다. 프로이트와 등을 돌리는 순간 심리학계에서 매장당하고, 친구들마저 융의 책을 쓰레기라고 대놓고 말했다. 그러나 융은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따르기로 했다.

돌집은 융에게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형태였으나 평생에 걸쳐 조금씩 부속 건물을 보태 나갔다. 그 집에서 누린 휴식과 재생은 강력했다. 일 년에 몇 달씩 그곳에서 지내며 융은 돌에 글씨를 새기고 깨달음의 상징인 만다라를 그리는 한편 자신의 꿈을 분석하는 글을 쓰고 사상을 다듬었다. 생활은 원시에 가까울 만큼 문명을 배격했다. 마루도 카펫도 깔지 않고 울퉁불퉁한 돌바닥을 그대로 썼다. 흙 가까이 살고, 직접 나무를 베고, 음식을 만들고, 감자를 캤다.

"나는 전기 없이 화덕에 불을 피우며 지냈다. 저녁에는 등잔을 켰다. 수도가 없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장작을 패 먹을 것을 조리했다. 이런 소박한 일은 인간을 소박하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하게 지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7시에 일어나 냄비와 프라이팬에 인사를 건넸다. 아침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고, 식사는 커피와 소시지, 과일, 빵이었다. 오전 두 시간은 집필에 몰두했다. 그 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하고, 주변 언덕을 산책하고, 편지에 답장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두세 시경에는 차를 마셨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

융에게 볼링겐의 돌집은 단지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연구에 더욱 몰입하게 해 준 장소였다. 이 단순한 장소에서 융 심리학의 대표 저서 <기억, 꿈, 회상(Memories, Dreams, Reflections)>이 집필되었다. 평일에는 취리히대학 연구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방문객과 업무에 붙들려 살았지만, 주말에는 어김없이 호숫가로 돌아가 직접 살림과 청소를 하며 원시적인 방식을 고수했다. 중간에 그토록 꿈꾸던 인도를 여행한 것을 제외하면 그의 역작 대부분이 이 돌집에서 집필되었다. 융은 자기만의 그 성소를 단순히 '탑(Tower)'이라 이름붙였다.

"이곳에서 나는 나 자신이 사물과 풍경 속으로 퍼져 들어가 각각의 나무 속에, 출렁이는 물결 속에, 구름 속에, 오가는 동물 속에, 그리고 변화하는 계절들 속에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라틴어에서 레푸기움은 '피난처, 휴식처'의 의미이다. 호숫가의 돌집은 융에게 평화롭고 창조적인 삶의 중심이 돼 준 진정한 레푸기움이었다. BBC 기자가 찾아갔을 때 84세의 융은 그곳에서 주기적으로 단순한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학문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볼링겐에서 나는 진정한 삶의 한복판에 있었으며, 나 자신에게 가장 가까워졌다. 그곳은 나에게 내 영혼에 몰두한 장소였다."

당신에게 그런 곳은 어디인가? 자신만의 레푸기움, 자신의 탑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곳이 돌집이든 소나무 숲이든 바닷가 외딴 곳이든 주기적으로 찾아가 분산된 감각을 닫고 자신의 영혼에 몰두하는 장소를 갖는 것은. 그것은 떠남이자 도착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멈추고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자신의 본얼굴을 감추느라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이 레푸기움에서는 타인을 위해 표정을 꾸밀 필요가 없으며, 외부의 지나친 소란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보호하고, 당신을 움켜쥐었던 세상의 요구에서 벗어난다.

그때 당신은 내면의 성소와 연결된다. 그것은 지혜와 신뢰의 순간이고, 얼음이 아니라 물이 되는 순간이다. 당신은 단단히 오므렸던 봉오리를 열고 자신의 향기를 숨쉰다. 엘리자베스 아펠이 시에 썼듯이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art credit_칼 융이 돌집에서 그린 '생명 나무(Tree of Life)'
..................

오늘 우연히 만난 페북의 글~
분명 이 책도 읽고 페북에서 보기도 했던 글인데
오늘은 남다른 느낌처럼
감사한 선물처럼 느껴지는 글이다.

내 나이 47살
새로운 공간 푸움에서의 새로운 인생의 출발
그리고 요즘 쓰는 꿈일기,
나만의 퀘렌시아와 레푸기움,
품안에 있으면 내 자신이 공간과
풍경속으로 퍼져 들어가
나무속에 바위속에 구름속에 꽃들안에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정말 매직샵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품 그리고 숲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들의 영혼의 안식처가
될수 있다면 좋겠다

사브작사브작
감사함으로 내 삶으로 깊이 들어간다.

지금 품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으름꽃의 향기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아~ 내가 사랑하는 향기로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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