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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음을 찾아서-류시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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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음을 찾아서-류시화

무지개숲 돌고래^^ 2023. 12.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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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을 보다가 류시화님의 새책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자화상 공연의 주제가 떠올랐다
<환향녀 - 삶을 춤추다>

그 몸짓에 함께 춤추고 공감하고
들어줄 나의 지음을 찾아서….

<나의 지음을 찾아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으로부터 은목걸이를 선물받았는데, 네모난 펜던트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가 마음에 들어 한동안 하고 다녔다. 플라톤의 저서 『알키비아데스I』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영혼이 자신을 알고 싶으면 다른 영혼을 마주해야 한다.’ 『열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때 진나라에서 관직을 지낸 백아라는 이가 있었다. 젊었을 때 성연에게서 거문고를 배웠으며, 얼마 후에는 연주 실력이 수준급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세상 사람 모두가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백아는 순회 공연 중에 태산 아래를 흐르는 강에서 배를 타고 있었다.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쳐 감성을 자극했고, 백아는 산기슭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며 거문고를 꺼내 연주를 시작했다.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선율이 더욱 살아났다.
연주를 마치자, 저만치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젊은 나무꾼이 말했다.
“이것은 분명 비가 휘몰아치는 소리이군요.” 반가운 마음에 백아는 이번에는 그 사람을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고 산의 웅장함을 찬미하는 곡을 연주했다. 그러자 나무꾼이 감탄하며 말했다.
"하늘에 닿는 태산처럼 선율이 웅장하고 위엄이 있습니다!"

평생 산지기로 살았는데도 나무꾼은 백아의 거문고에 실린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백아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나무꾼을 배로 초대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 가슴의 친구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당신만이 진정 나의 음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비가 그치자 두 사람은 배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백아는 나무꾼의 이름이 종자기이며, 지식과 꿈을 가진 청년임을 알게 되었다. 『열자』의 기록에 따르면 백아는 현격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종자기와 첫 만남에 좋은 벗이 되었으며, 멀리서 보면 친형제와 같았다. 두 사람은 백아가 순회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흐르고 백아가 찾아갔을 때 종자기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였다. 백아는 너무 슬퍼서 종자기의 무덤 앞에서 통곡하며 슬픈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는 내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지음(知音)’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은가!”라고 말하고 거문고를 부숴 버렸다. 그 후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음악을 이해한다는 뜻의 ‘지음’은 마음이 서로 통하는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었다.

백아는 거문고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연주했고, 종자기는 그 음악을 통해 백아의 마음을 이해했다. 거문고를 매개로 두 사람은 단순히 음악 세계만이 아닌 마음의 세계가 일치했다. 그러한 지음이 당신에게는 존재하는가? 혹은 당신 자신이 누군가의 지음인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관계는 나의 ‘음’을 이해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처음 만났는데도 내 마음속 ‘음’을 아는 사람, 마치 몇 생을 알고 지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이유도 모른 채 바로 마음이 연결되는 사람, 무슨 말을 할지 마음에 품기도 전에 어느새 알고 있는 사람.

지음은 단순히 비슷한 성격이나 취미를 가진 것을 뛰어넘어 영적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으며 정신적, 정서적, 영적 차원에서 동일한 감수성과 파동으로 공명한다. 태어나기 전에 선택한 가족이 더 이상 자기 운명의 실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의 음을 아는 사람을 찾기에 언제라도 늦지 않다. 최악의 일은 혼자 삶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과 삶을 보내는 것이다.

당신 안에는 당신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음악이 존재한다. 그 음악을 이해하는 이가 당신의 지음이다. 하지만 당신이 먼저 자신의 음을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음에 스스로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기 위해 먼 시간의 대양을 건너왔다. 자신의 음, 특히 영혼의 음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삶이 가져다주는 행운이고 축복이다. 나의 ‘음’이 불협화음이 아니며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확인해 주는 이, 그래서 아직은 미숙하고 불안정한 나의 음에 힘과 마법이 깃들게 하는 이가 나의 지음이다.

- 신작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중에서
  
* 예약 구매하신 모든 분께 사인본이 배송되었습니다(일부 지역은 오늘까지).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저의 '지음'입니다.
  
  
사진_사인본 받으신 독자(김미정 님)께서 보내 주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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